나의 산 길
산아래 마을의 뒤끓는 일상들도
산마루에 올라서면 긴 호흡 한번으로 가라앉혀지기도 한다.
요즘은 선선한 가을바람이 하도 좋아서 오솔길에 들어서면 노래라도 부르고 싶다.
오늘은 사진기를 들고 내가 늘 걷는 도봉산 능선길을 담아 보았다.
등산로가 시작되는 입구, 콘크리트 담벽아래 연보라빛 구절초가 피어있다.
둘레길의 방향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다. 이 표지판은 올여름 장마기간을 피해가며
노동한 분들의 수고로 만들어 진 것이다. 사람들이 살아갈 길을 열고 온전히 유지하게
하는 바탕에는 모두 노동이 있다.
이 계단을 만들었던 분들의 수고를 여름산행 때 종종 보았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 어느 밭둑을 이룬 무궁화꽃의 분홍빛도 더 고왔다.
비가림으로 덮인 비닐안으로도 햇살은 스며들고, 포도알은 하연봉지안에서 익어가고 있다.
조금 지나면 이 포도를 사먹을 수 있을 것이다.
산아래 한 자락을 일구어 심어놓은 토란잎이 싱싱하게 푸르다.
이 길을 걸을 때마다 항상 좋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걷고 싶은 길...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되기 전의 야트막한 언덕에서 어린이집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흙을 퍼담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아마 이 아이들 셋은 친한가 보다.
봄부터 상추, 호박잎, 깻잎, 고추, 가지..옆의 밭에서 무공해 야채를 수확하여 펼쳐놓고
파는 할머니의 원두막. 둥산 후 싱싱한 야채를 살 수 있어 좋다.
가지가 열려있는데 오늘은 할머니가 안 계신다.
주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장을 펼치신다.
분꽃이 가을햇살이 부신지 살포시 오므라들었다.
새벽에 오면 곱게 피어난다.
제 명을 다한 긴 나무가지를 누군가가 살아있는 나무사이에 걸쳐놓았다.
무슨 마음이었을까?
이 산에는 넓고 반듯한 바위가 많다.
이 바위에 누워 솔솔부는 바람받으며 왼종일 책읽으면 좋겠지만 그럴만큼 여유는 없다.
매일 심신을 단련하려는 수많은 중생을 만나는 많은 관음보살님..
동전도 몇개 보인다. 가끔 이 앞에서 합장하는 사람들도 보이고.
옆에는 귀여운 동자상(?)도 있다.
이렇게 옆으로 굽이굽이 넘나들며 바위에 가지도 걸치며 살아가는 소나무.
인생의 굽이같은 이 나무아래를 매일 걷는다.
가고싶은 대로, 시간되는 대로 적절히 선택할 수 있는 길.
인생의 길도 늘 '선택'이다.
나는 이 아래길을 따라 약수터로 간다. 짧고 편안한 코스다.
물이 얼마나 고운지...나는 졸졸 흐르는 맑은 물만 보면 온통 마음을 빼앗긴다.
물가에 앉아 복숭아를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