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우울한 날

공고지 2009. 4. 16. 23:14
누가 살짝 한마디 위로만 해주어도  울고싶은 날이 있다.
오늘이 딱 그런 날,
도봉산 꼭대기에 올라가 보면 사각의 아파트들이 온 세상에 가득한데
저 속에 내 집이 없다는 것이 서글플때도 있었지만,
없으면 없는대로 한껏 낙관하며 사는데,
한번씩 집주인의 전화가 마음에 풍파를 일으킨다.

전화가 왔다.
오늘은 또 왜?
우리식구가 살고있는, 아직 전세기간도 남아있는 집을 팔려고 내놓았다고..
다행이라면 남은 기간을 전세안고 살 사람에게 팔 거니까 그 기간은 안심해도 되고
집 보러오면 보여주라는 것.

오늘따라 날씨도 음울하고 잇따라 걸려 온 전화,
아이는 내게서 옮겨간 감기로 조퇴했다하고
회의는 가야하고..
집에 밥도 못해두었는데..

회의내내 마음은 스산하고
가라앉았던 기침은 다시 목울대를 아프게 하고
때 마침 나를 부르는 오랜 벗들의 술자리에도 못가고
터덜터덜 귀가한 참 우울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