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한이 없제?…그라믄 됐다” | |
[사랑의 풍경] 박경리 ‘토지’ | |
“니는 내 목구멍에 걸린 까시다. 우찌 그리 못 살았노. 못 살고 와 돌아왔노.” 용이와 무당의 딸 월선이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임에도 혼인으로 맺어지지는 못한다. 월선의 천한 신분을 문제 삼은 용이 어머니의 반대 때문이었다. 결국 용이는 어머니가 정해 준 혼처 강청댁과 결혼하지만, 사랑이 없는 결혼 생활에 마음을 붙이지 못한다. 월선이는 월선이대로 나이 먹은 봇짐장수에게 시집갔으나 살지 못하고 돌아와 하동 읍내에 주막을 연다. 위에 인용한 대사는 설날 읍내에서 열린 오광대놀음을 구경하러 갔다가 월선의 주막을 찾아 처음으로 몸을 섞으면서 용이가 월선에게 하는 말이다. 용이의 말은 이어진다. “어느 시 어느 때 니 생각 안 한 날이 없었다. 모두 다 내 죄다. 와 니는 원망이 없노!” ‘왜 너는 나를 원망하지 않느냐’는 것은 용이의 주제곡과도 같다. 월선을 향한 용이의 사랑은 미안해하는 사랑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에도 용이는 “천분만분 더 생각해봤제. 다 버리고 다아 버리뿌리고 니하구만 살 수 있는 곳으로 도망가자고. 자식 된 도리와 사람의 도리, 그리고 그 도리 바깥에서 월선을 향해 타오르는 사랑 사이에서 “우찌 니는 그리 원망이 없노. 나를 야속다 생각했겄지.”
최서희 일행과 함께 평사리를 떠나 만주 용정에서 ‘길고 긴 세월, 질기고도 한 많았던 인연’을 “우리 많이 살았다.”/ “야.”// “니 여한이 없제?”/ “야, 없십니다.”/ 한으로서의 삶과 사랑에 최선을 다했고, 이제 남은 한이 없다는 두 사람의 생의 결산은 일종의
최재봉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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