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륜'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4.29 문상 1

문상

단상 2009. 4. 29. 01:07


문상을 다녀왔다.
어려웠던 시절 민주노조를 사수하다 전두환정권의 계엄체제하에서  해고 당한 선배의 
시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 선배는 군인들에 의해 해고당한 후 당연히(?) 기숙사에서도 쫒겨났다.
도리없이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기는 매우 어려운 아버지집으로 들어갈 수밖에. .
그래서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아무 놈이라도 남자이기만 하면' 결혼하려고 마음 먹었고
'아무 놈'하고 결혼했다.
그렇게 특별한 느낌도 지니지 않은 채 한 남자의 아내가 되고 그남자의 가족이 되었다.
그리고 그 시어머니가 오늘 96세의 수를 다하고 돌아가셨다.
글 잘쓰고 언변도 좋아 참 아깝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선배였다.
흰 소복을 입은 선배는 만감이 교차할 듯.

나는 장례절차가 항상 거북하다.
돌아가신 분에 대한 예의라지만 굳이 일면식도 없는 분의 사진에 대고  절을 하는것도
어색하고 ..해서 기독교인도 아닌데 꽃송이 놓고 묵념으로 대신했다.
상주들과도 목례로 인사를 했는데 이거 맞는지 잘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이 함께 할 때는 따라 하면 되는데 오늘은 나혼자 늦게 가는 바람에..
그냥 나 좋을대로..격식에 서툴고 어색하고..

상가에서 나와 술을 마셨다.
여성들끼리 자리 옮겨가며 애정도 지니지만 할 말도 많은 어떤 분 실컷 흉도 보고..

2차에서는 소주를 마시기가 힘들어 매취순을 주문했다.
소주보다 곱은 비싸니 좀 미안하고,
그래서 대개 사람들은 그냥 묻어가서 독하고 쓴 소주를 들이킨다.
그렇게 겁없이 분위기에 취해 소주를 들이키던 세월들..허나 이제 속 부대낄  밤이 두렵다.

매취순은 달콤하고도 상큼하다.
이 술을 처음 맛본 아득한 그 때, 얼마나 상큼하던지..
다른 분들이 말했다.
'우리는 맨 깡소주만 사주더만 너한테는 매취순 사 줬지?" 우리가 흉본 분 얘기다
'그러게 왜 나만 맛있는 것 사주시나 몰러..' 키득키득
이제 연륜이 묻어 웃으며 농지꺼리로 나눌 수 있는 이런 지청구들..
시간은 어느 새 한밤으로 치닫고.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척간두 끝에 서서 나와 함께 춤 출 사람..'  (0) 2009.04.30
할머니!!!  (0) 2009.04.29
통영여행 30분.  (0) 2009.04.25
비온 뒤의 라일락 향기는..  (2) 2009.04.22
"여러분은 오늘 하루 뜨거우셨나요?"  (0) 2009.04.19
Posted by 공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