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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3.02 지심도여행
봄이 만개하는 듯 했던 지난 주 거제여행을 다녀왔다.
터미널에 마중나와 준 오랜인연의 지인과 그의 진달래처럼 소박하고 상냥한 아내와 함께
그들의 작은 농장으로 가서 생강차를 마시고, 마늘밭 고랑으로 비집고 나온 냉이에 입맛을 다시며
뜰 구석구석에서 뾰족히 고개 내미는  수선화, 튜울립, 목련을 감상했다.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또 다른 지인들 만나  저녁을 먹고 밤늦게 약속된 팀들과는 날을 넘겼다.
술을 파는 것 보다, 술과 함께 하는 사람들을 더 즐기는 듯, 돈 안되는 장사 하시는 작은 술집의 사장님.
오래전의  인연을 반겨 아낌없이 내어놓는 술과, 정성들여 만들어주신 안주들, 만사를 뒤로하고 해후의 기쁨을 충만케 해준, 밤새 이야기해도 좋을 님들과, 해도 해도 참 많을 이야기들을 나누고...

다음 날 오전, 장승포에서 지심도행 배를 탔다.
20여년 전 찾아 온 친구와 함께 지심도 선착장에 앉아 해녀가 잡아 온 싱싱한 해물에 소주를 마시던 추억이 있는 곳, 어려운 일을 겪은 동생네 식구들과 지심도에서 따개비잡아 라면 끓여먹고 놀다 배를 놓쳐 민박하는데 10시에 소등이 되어 버려 촛불켜고 앉아 '국민 오락"으로 밤새던 추억이 담긴 곳,
그러나 호젓한 사색을 기획했던 내 기대는, 평일인데도 엄청나게 많아진 관광객들로 배반당했다.
그래도 잠기고 싶을 정도로 푸르고 깊은 바다, 붉게 터져 나오는 동백꽃무지는 충분히 아름다웠다.

나이와 상관없이 " 친구"를 자칭하시는 분과, 언제가도 한결같은 미소로 순식간에 두루 지인들을 소집하여 잔치를 벌여주시는 분들과 많이 웃고, 많이 먹고, 노래도 부르고 잘 놀다왔다.
그곳이 아름답지만 그곳에 사람이 없다면 혼자하는 여행은 쓸쓸할 것이다.
사람으로 아름답고, 사람으로 살게 되는, 삶은 결국 '관계의 힘' 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따뜻한
봄여행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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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공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