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라는 말을 사용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어둡고 어렵다.
요즘 며칠간은 날씨마저 쌀쌀하다.
그런데도 4월을 시작하는 첫째 날 나는 나름의 풍요를 누린다.
온전히 자유로운 날..누구에게도 속박받지 않는 날이다.
밥 걱정도 출근 걱정도 수업 걱정도 떨쳐보는 날.
얼마만에 누려보는 여유로움인지.
몇개월 동안 일과 사람들과의 관계와 공부와 집안일들에 짓눌렸던것 같다.
학교가지 않는 날의 사무실 출근을 벗어난(?) 것만도 얼마나 가벼운지..

세수도 않은체  우아하게 음악도 듣고 (세수도 않은 우아함?)
맛나게 국수도 만들어먹고 산행도 했다.
 바람이 불어 좀 쌀쌀하긴 했지만 마른 산 붉게 진달래가 타오르고 있었다.

눈이 부시네 저기
난만히 묏등마다
그날 쓰러져 간 젊음 같은 꽃 사태가
연연히 꿈도 설워라
물이 드는 이 산하


'4월은 잔인한 달'이라 했는데,
그날 쓰러져간 4.19의 젊은 넋들을 애도한 노래구절을 음미하며
진달래 꽃잎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아 지인들께 보낸다.
상대방폰이 shot메일 설정이  되지않았다고 되돌아 오는 메일도..

저녁엔 영화를 보러갈까? 산에서 내려오며 궁리하다 책읽자고 정한다.
그래도 본분을 다해야지..
이 정도의 여유로움이 사치도 허영도 아닌데도 그러나 공공연히 누설(?)하기엔 죄의식 느끼는 나, 우리들..
용산참사 집회참석도 한번 못하면서, 콜트노동자들이 700일넘게 길거리에 있는데, 너는 지금 뭐하고있냐고 누군가 질타할 것 같은 쫄아 듬.
이게 우리의 삶이고 의식이다.

그래도 계절의 4월은 꽃동산이다.
골목마다 흐드러진 개나리와 온 산천에 붉은 진달래향기가 어려운  마음들을 위로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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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공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