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반미주의’에 관한 단상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고 청바지를 즐기면서 성조기를 찢는” 반미주의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라고 언급한 이재봉의 논문을 보며 “루소가 ‘자연으로의 귀화’를 말하자 볼테르가 ‘그럼 우리가 다시 네발로 기자는 얘기냐’ 고 반박했다” 던 어떤 수업에서의 일화가 떠오른다.

논문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반미’를 말한다고 하여 청바지와 햄버거를 거부하기는 어렵고 자연을 말한다고 하여 문명을 통째로 거부하자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구를 떠나서는 살 수 없으니 청바지도 입고 맥도널드햄버거도 먹지만, 한 측면에서는 중요한 것을 지키기 위해 싸워 가는 것. 미국은 그냥 미국이어서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이롭게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침해한다는 의식이 있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리라.

 각자의 삶의 방식에 따라 미국은 ‘형님 같은 우방’이 되기도 하고 ‘성조기를 불태우고 대사관을 습격하는 저항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즉 ‘미국’으로 인해 기득권이 되는 계층과 ‘미국’으로 인해 삶이 피폐해지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사실 ‘형님 같은 우방’을 말하는 이들도 미국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경제적 부와 권력을 선망하는 것 아닐까? ‘정승집 개가 죽었을 때 줄을 서던 문상객이 정승이 죽었을 땐 한명도 오지 않는다.’ 했듯이 미국이라는 국가가 신망 받고 존경받는 국가여서가 아니라 ‘권력’의 힘에 기생하여 살아가는 처지 때문일 수 있다.

이재봉은 ‘미국이라는 국가, 또는 미국의 어떤 측면에 대하여 부정적인 태도나 행위를 취하는 것’으로 반미주의를 정의하고 있다.

 이강로의 논문에서는 ‘미국인의 행위보다 미국적인 것’, 즉 ‘자유민주주의적 자본주의’ 또는 ‘미국적 민주주의’ 에 대한 반미주의를 거론한다. 이것은 이해관계보다는 미국의 풍토 의식 등을 싫어한다는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이 또한 ‘자유민주주의적 자본주의’가 우리와 무관하다면 그리 신경 쓸 일은 아닐 것이다. 남의 제상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이 반미주의 흐름을 지니게 된 시대적, 역사적 배경과 함께 하는 것이라는 것이고 읽은 논문들은 그 점을 잘 설명하고 있었다.


 한국의 ‘반미주의’ 이해를 위해 세편의 논문을 읽었다

재미있게 읽었던 글은 부르스 커밍스의 논문이었다. 가끔 신문을 통해 그의 학술적 입장들이 소개되는 것을 보기는 했는데 논문을 통해 그를 많이 알게 된 느낌이다. 가끔 ‘미국이 그리도 많은 모순과 갈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힘은 미국사회에 존경할만한 성찰적 지식인들과 기업인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별로 아는바가 없었는데 이 학자는 그 중 한 사람의 지성으로 다가온다. 이런 측면에서도 참으로 미국은 두 얼굴을 지닌 국가라는 느낌과 함께.



Posted by 공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