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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14 대구탕을 먹으며

대구탕을 먹으며

단상 2010. 1. 14. 21:43
 

80cm가 넘는 대구 두 마리가 거제도에서 내게로 왔다.

오랫동안 그곳에 살았지만 이렇게 큰 놈은 처음 본다.

그것도 암 수 각각 한 놈씩으로(해부를 해보면 알 수 있다.) 얼마나 튼실한지 제대로 들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한 마리만으로도 네 집 식구가 포식을 하고도 싸가고 남을 정도였으니까.

싱싱한 생물로 얼음 채운 아이스박스에 담겨 온 선물은 거제의 푸른 바다 냄새가 넘실거렸고 가득 찬 인정에 터질 듯했다.

택배를 받고 상자를 열어본 순간 너무 놀랍고 감격해서 비명을 질렀으니..

그러나 보내신 분은 되려, “택배 보내면서 너무 행복했다”고 내 고맙고 황송한 마음을 살피신다.


이 분은 내가 지역의 시민단체에서 일할 때 함께 한 분이지만 언제나 나는 받기만 했다. 정말 아무리 되짚어보아도 그 분께 나는 밥 한 그릇 대접한 적이 없다. 언제나 ‘고생한다.’ 고 그분이 어느새 돈을 내버리셨고 뭐라도 생기면 챙겨주셨다. 이후에도 내가 드릴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즉 나로부터 덕 볼 일 아무것도 없는 분이다.

어떤 지인은 거제의 “능포 앞바다에서 낚시 배로 잡은 것”이라는 은빛비늘이 살아 반짝이는 갈치 상자를 보내주기도 했고, 또 평생의 지기로 살게 될 어느 친구는 우리집 냉장고의 멸치가 떨어지는 일 없도록 보내준다. 돌아보면 빚진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만학의 열정을 가상히여겨 말없이 등록금을 십시일반해준 친구들도 있고, 장학금을 주선해준 분도 있다.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아무 말 없이 거금을 만들어주고 갚지도 못하게 했던 사람들도 있다. 이해관계나 ‘품앗이’ 적 주고받음이 전혀 아닌 순전히 사람에 대한 마음하나로 한결같은 분들, 나의 인생을 허전하지 않게 해주는 사람들이다. 다 되새기기 버거울 만큼 많은 분들께, 너무 많은 것을 받고 갚지 못한 체 살고 있다. 돈으로 갚을 수는 없는 나는 무엇으로 갚아야할까?


맑고 시원한 대구탕을 먹으며 새삼 잘 살아야겠다고 다짐 한다.

언제고 달려가면 아무 말 않고 넉넉한 미소로 반겨줄 분들. 사람이 있어 고맙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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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공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