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버섯이야!
햇살고운 동산에 예쁜 버섯이 하나 피어 있었다.
빛깔도 곱고 모양도 예뻐서 나무도 풀도 산새들도 예쁘다고 칭찬들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동산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이 버섯을 들여다보았다.
한 사람이 말했다.
“고운데”
버섯은 우쭐했다.
그런데 옆에 있던 사람이 말했다.
“아서, 독버섯이야”
버섯은 너무 놀라 혼절해버렸다.
내가 독버섯이라니, 이럴 수가..
다른 버섯들과 풀과 나무들이 아무리 달래도 버섯이 입은 충격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그 때, 현명한 어른 소나무가 가만히 바람결로 어루만지며 말했다.
“독버섯이라고 하는 말은 사람들이 하는 말이야”
그 말에 버섯은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
그것은 버섯을 식탁에 올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식탁논리지
버섯의 논리는 아닌 것이었다.
이렇듯, 자부심은 자기의 ‘비타협적 이유’로부터 단단해진다.
그 누구의 논리도 아닌, ‘자기이유’를 지녀야 한다.
연암 박지원은 열여섯 살이 될 때까지 글을 몰랐다고 한다. 그가 변방의 자유로움과 창의성이 가능했던 이유는 중심부의 언어로 교육받지 않은, 즉 제도화된 틀에 갇히지 않은 이유도 크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또한 변방이 자유로운 창조공간이 되기 위한 전제조건은 중심부를 향한 콤플렉스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콤플렉스를 지닌 사람은 훨씬 더 교조적이 된다.’는 것.
문맥을 탈피하는 것, 문맥 뛰어넘기, 누구의 필요에 의한 가치매김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이유에서 당당해지는 것,
삶의 귀한 시간들을 타인들의 기준에 휘둘려 낭비하는 내 콤플렉스를 성찰하며 네덜란드의 어느 동화작가가 썼다는 버섯이야기를 재구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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