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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여행

단상 2011. 3. 3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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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로 출발하는 열차정보의 혼선으로 잠시 한 친구와 이산가족이 될 뻔 했지만 다행히 수원에서 상봉을 했다.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이면 그 친구는 미아가 되어 차표도 없이 혼자 다른 기차 타고 광주까지 갔을 것이다.

오랜만에 타보는 무궁화열차의 창가로 토요일오후의 봄 햇살이 축복처럼 따사로웠고 우리는 여행의 기대로 소녀처럼 들뜨기도 했다.

천안에서 합류한 친구가 정성껏 만들어 온 약밥을 맛있게 먹으며 수다를 떨다보니 어느새 광주. 기다리고 있던 친구의 집 현관문이 열리는 순간 쏟아져 나오는  얼굴들과 맛난 음식냄새가 한꺼번에 우리를 반겼다.

광주팀들이 우리를 맞이하기 위해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지, 예쁘고 풍성한 음식들이 그냥 먹기 아쉬워 사진에 담고.

참기름과 깨소금을 뒤집어쓰고도 힘차게 몸짓하는 산낙지, 이미 그 맛에 익숙한 홍어무침, 산과 들에서 손수 채취한 취나물, 고사리, 죽순나물은 혀에 착착 감겼고 두툼한 갈치조림에 맛깔스럽게 무친 달콤새콤한 매실조림, 빛깔 좋은 참치회까지 어느 것부터 먹어야할지 맛난 음식 보면 행복해지는 탐욕스런 나의 젓가락질이 바빴다.

광주의 원풍식구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고 늦도록 먹고 이야기하고 자다가 깨서 또 웃고 떠들고(자다가 어떤 이의 코고는 이야기가 화제가 되는 바람에)

다음 날 6시부터 아침을 준비한 광주 팀들..

부드럽고 향긋한 쑥국으로 든든히 채우고 8시부터 나섰다.


무등산자락으로 가는 길에 광주의 담벼락에는 어느 새 화사하게 드리운 개나리꽃을 볼 수 있었다. “조~오기 말례네 집 근처”를 지나고 순애언니네 조카사위가 개업했다는 ‘경락한의원’도 지나고 “예전에 넝마를 줍던 사람 등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배고픈 다리’를 지나자 무등산등산로 입구가 나왔다.

계곡의 물도 맑고 날씨도 따뜻해 증심사까지의 산책은 더없이 상쾌했다.


5.18 민중항쟁추모탑 입구의 작은 화분에도 고운 봄꽃들이 나비처럼 피어있었다.

여기 누운 분들의 갈망들도 꽃처럼 나비처럼 피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묵념을 하고.

묘지를 둘러보며 민주영령들의 출생일을 보다 우리는 새삼 가슴이 먹먹했다. 당시 열다섯의 중학생, 열일곱 살의 고등학생, 둘째아이를 가진 임산모..


다음은 담양 죽녹원으로 가서 곧게 뻗은 대나무의 푸르고 청정한 절개를 느끼며 한 바퀴 빠르게 둘러보고 축령산휴양림으로 향했다.

장성의 축령산휴양림은 사람에게 매우 유익한 피톤치드를 내뿜는 편백나무 숲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시간을 맞춰 우리의 일용할 양식을 싣고 달려 온 금숙의 남편이 내놓은 막걸리가 얼마나 달던지 혼이 빠졌지만 함께 들고 온 고로쇠물이 취할 새도 없었다. 야외에서 펼쳐진 맛있는 음식들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기에 더욱 맛날 수밖에 없었다.
<치유의 숲>이라는 부제가 붙은 축령산 휴양림은 산책하기에 그만이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이런저런 상처가 있고 요즘은 '치유'라는 말이 일상언어화 되었지만  과연 완전한 치유라는게 가능하겠는가라는 생각을 하며  축령산이 내뿜는 피톤치드를  듬뿍 마시고 장성역으로 나와 ‘담양암뽕’ 안주로 이별주한잔씩 나누고 돌아오는 열차를 탔다.

거제도사람들도 항상 그렇듯이 지방 사람들은 도시에서 손님이 오면 마중부터 전송까지 당연히(?)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치 책임처럼 손님맞이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만큼 삶의 공간도 태도도 넉넉하다.

들판의 꽃과 채소를 살펴보며 쭉쭉 빠지는 한산한 도로만으로도 숨이 트였다.

전쟁 같은 출근길, 하늘이 보이지 않는 빌딩들 속에 사는 도시의 사람들은 각박할 수밖에 없으리라.

도시를 떠나는 삶에 대해, 다시 궁리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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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공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