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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19 황석영 두번 죽이는 김지하시인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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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사의 꿈(乞士之夢) | 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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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을 두 번 죽이는 김지하 시인께 쓰는 편지


님께서 18일 평화방송 PBS 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하셔서 하신 말씀을 기사로 접했습니다. 저는 황석영 선생과 일면식도 없는 사이이긴 하나, 님께서 후배인 황석영 선생을 아끼는 것만큼은 되지 않더라도 한 명의 작가로서 그리고 ‘옳은 길(진부한가요?)’을 걸어오셨던 분으로 대단히 좋아해 왔답니다. 따라서 이번 일은 제게도 크나큰 실망감을 안겨주었지요. “석영이가 그렇게 나쁜 놈이 아니다”라는 님의 말씀 그 이상으로 생각해왔기 때문이지요.


 저는 님께서 진중권 교수에게 가한 비판과 이문열에 대한 이야기 강기갑 의원의 발언에 대한 것 등이 부분적으로는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님께서 동원하신 논리는 저로 하여금 헛웃음을 짓게 만듭니다.


 먼저 진중권 교수에 대한 비판입니다. 저는 진중권 교수와 같은 당적을 갖고 있기는 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었다가 말다가 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님께서 황석영 선생의 행보를 두고 “작가라면 자기 마음대로 가도록 놔둬야 한다. 그냥 내버려 두라”고 하시면서 작가 혹은 개인의 ‘자유’를 ‘허하라’라고 주장하셨다면 그것은 진중권 교수에게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님의 말씀처럼 황석영 선생이 ‘휘젓고’ 다닐 자유가 있다면 진중권 교수도 ‘휘젓고’ 다닐 자유가 있는 거지요.


또,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자기 맘대로 가는 것”이라는 발언은 정말로 타당할까요? 민주주의 사회가 사회구성원들이 민주적으로 정한 룰을 지키는 것이라는 것쯤은 알고 계시리라 믿으며, 다만 ‘작가의 영혼이 자유로워야 된다’는 것과 ‘자기 맘대로 하는 것’이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걸 기억해 주시면 고맙겠네요.


 저 역시 ‘변절’의 딱지를 붙이거나 냉소 섞인 ‘조롱’을 일방적으로 퍼붓는 것에는 결단코 반대합니다. 그러한 행위들에는 그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존경심, 배려 등이 없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님의 방식은 과연 타당할까요?


님의 방식이라면 그건 ‘후배’인 황석영 선생을 아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망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황석영 선생이 님과 달랐던 점은 님처럼 ‘관념’과 ‘추상’으로서 세상과 사람을 이해하려 든 것이 아니라 척박했던(혹은 척박한) 이 땅의 사람과 사람살이에 천착했던 점이 그 첫 번째라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하여 ‘치열한 작가 정신’을 지닌 분으로 ‘존경’과 ‘사랑’을 받았지요. 님에게 없는 부분이 대중들로부터의 ‘존경’과 ‘사랑’ 아니던가요? 바로 이게 두 번째 차이점 이지요(이었지요). 만일 님께서 진정으로 황석영 선생을 아꼈다면 “‘존경’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하시는 편이 옳았겠지요. 어쩌면 님께서 가지지 못했던 것을 황석영 선생이 오랫동안 누려온 것에 대한 ‘시기(?)’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존경받는 작가가 “작가는 오른쪽으로 갔다 왼쪽으로 갔다 그럴 자유는 있어야 한다”고 외치고 실천하는 것이 타당할까요? 그것이 과연 ‘치열한 작가 정신’일까요? 황석영 선생에 대한 빗발치는 비난은 그에 대한 애정의 다른 표현이라는 것을 알고 계시기는 한 것인지요. 세상에 어떤 ‘존경받는 작가’가 중심 없이 흔들리던가요?


 “작가라는 것이 보수ㆍ진보가 아니고 초보수든 초진보든 그런 게 문제가 안된다. 작품을 잘 써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하네요. 이건 또 무슨 말씀이신지요? ‘좋은 작품’으로 평가받는 글이 있다면 그것은 기본적으로 작가의 세상을 보는 ‘관점’과 ‘폭’과 ‘깊이’ 등에 관련된 게 아니었던가요? 님께서 여기서도 저기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님의 글이 ‘좋은 작품’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결정적인 까닭이 무엇인지를 생각하신다면 ‘이문열’과도 일맥 상통하는 점이 있지 싶은데요.


 “보수든 진보든 기초적으로 촛불과 같은 애들, 회초리나 맞고 매나 맞고, 경쟁력 교육ㆍ몰입 영어교육 때문에 하루에 서너 시간 밖에 못자고 쫓겨다니고 자율학습하는 이런 애들에 대한 불쌍한 시각은 가져야 한다. 그거 없이 보수니 진보니 하고 주둥이만 나팔 불고 다닌다면 전부 가짜”라는 말씀은 그야말로 ‘앙상’하기 이를 데 없어 보입니다. 아이들에게 ‘불쌍한 시각’만 갖고 있으면 끝나는 문제인가요? 그 아이들의 삶을 질적으로 개선시켜주려는 실질적인 노력 없이 ‘불쌍한 시각’만 갖고 있는 님이야말로 ‘가짜’라는 생각은 못해보셨는지.


누군가는 님께서 말씀하신 그 아이들의 삶을 개선시키려 애쓰고, 또 누군가는 끊임없이 ‘자유’와 ‘경쟁’을 조장하는 데 그 차이를 정녕 모르시겠습니까? 님께서 당신들은 ‘입’과 ‘마음’은 있으나 현실적인 능력이 부족하다고 하신다면 그런 소리는 달게 받겠습니다만,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라면서 님께서 살고 있는 세상과 사람들에 대해 사려 깊지 못했던 ‘관념과 추상’은 받아들이지 못하겠습니다.


님께서 하신 말씀들은 조목조목 황석영 선생을 두 번 죽이는 일이었습니다. 님께서는 ‘후배’인 황석영 선생과 ‘님’의 차이가 어떤 것인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거나, 사회가 ‘님’으로부터 ‘몰수’한 그 무엇을 꽤 오랜 세월동안 누려온 황석영 선생을 질시한 까닭이겠지요.


저는 황석영 선생이 ‘실수’를 깨닫고 돌아오시기를 바라는 사람입니다. ‘님’께는 너무나 빠른 시간에 ‘몰수’해버렸던 그것이 쉽게 되지 않습니다. 아마도 제가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고 할 때보다 나이가 더 들었기 때문이거나, ‘님’보다 ‘그’를 훨씬 좋아했던 까닭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아무쪼록 ‘공부’ 더 하시고, ‘수양’에 더욱 증진 하셔서 ‘정신과 육체’가 건강해지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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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공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