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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17 공원의 색소폰 연주자들
 

도덕산 입구에 들어서는데 구성진 섹소폰 소리가 온 산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곡은 윤시내가 멋지게 불렀던 ‘열애’

시에서 수십억을 들여서 조성한 공원의 공연장에서 세 사람의 무명(?)음악가가

한껏 멋진 포즈를 취하고 연주하고 있었다. 관객은 어린아이 한명까지 포함 17 명.

연주자의 곡을 따라


 ‘그대 그림자에 쌓여

이 한 세월

그대와 함께 하나니

그대의 가슴에 나는~~ 꽃처럼 찬란한

별처럼 영롱한 진주가 되리라

그리고 이 생명 다 바쳐서

이 생명 다 하도록

뜨거운 마음속 불꽃을 피우리라

태워도 태워도 재가 되지 않는

진주처럼 영롱한 사랑을 태우리라~~


입속으로 흥얼거리며 걷는데 뒤에서 두 분이 연주를 두고 갑론을박 하고 있다.

형님으로 지칭된 분 -“그래도 뭐 관객이 있어야지, 관객도 없이(17명이나 있었는데) 저게 뭐야?”

아우뻘 - “형님, 그런 말 마세요. 꼭 관객이 많지 않아도 공연장에서 하고 싶은 사람이 하면 되지요 뭘”

형님 - “그래도 뭐 목적이 있어야지.“

아우뻘 - “목적이 왜 없어요. 저 사람들 시에 다 목적 적어서 신고하고 하는 거예요. 옛날에 피타고라스 같은 사람도 그림 그리고 하면 사람들이 다 미쳤다 그랬어요.”


피타고라스까지 들먹이는 아저씨가 웃음 짓게도 했지만 피타고라스가 그림을 그렸든, 피카소가 그림을 그렸든 뭔 문제이며, 관객이 있든 없든 연주하고픈 사람 연주할 곳 있으면 좋은 거지, 더구나 하얀 수국이 탐스럽고 아카시아향이 온 산에 향긋한 이 청명한 오월에 좀 언밸런스한 곡들이긴 해도 좋은데 뭘..,

내려오면서 보니 관객이 배는 늘어있었고 올라갈 때의 구성진 곡조는 좀 더 경쾌하고 밝아져 있었다. 나도 잠시 관객이 되어 동네 뒷산의 ‘작은 음악회’에 동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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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공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