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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스크랩 아~ 황석영! 슬픈 자화상 황석영!

2009/05/14 08:20


출처 걸사의 꿈(乞士之夢) | 걸사
원문 http://blog.naver.com/math8529/130047566863

황석영 선생에 대한 놀라운 얘기가 전해졌다. MB의 순방길에 동행했다는 것이 첫째 놀라움이었고, 둘째는 이른바 ‘쓴 소리’의 내용이었다.

 

황석영 선생이야 그 자신이 부귀영화를 누릴 마음이 없었던, 그리고 없는 인물이라고 보기에 MB와의 동행이 놀랍기는 해도 미운 마음이 들지는 않는다. 아마도 이것은 황석영 선생의 글과 인간 황석영을 상당기간 동안 좋아해왔던 내 마음도 한 몫 거들고 있지 싶다.

 

하지만, 선생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했다는 얘기는 소위 ‘대표적 진보 논객’으로 불리었다는 선생의 생각들이 얼마나 앙상했는지를 보여주었기에 참담함이 이를 데 없다.

 

황석영 선생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먼저, MB정부의 이념적 정체성과 평가에 대한 생각이다.

 

“일각에서 현 정권을 보수우익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스스로는 중도실용 정권이라고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중도적 생각을 뚜렷하게 갖고 있는 것으로 나는 봤다”

 

MB가 스스로를 중도실용 정권이라 했다는 데, MB는 본질적으로 좌와 우의 개념을 모르는 사람이다. 만일 MB가 좌와 우, 중도의 개념을 알고 있다면 1%만을 위한 정책은 절대로 펴지 않았을 것임에 분명하다. 순전히 MB가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혹은 그렇게 인식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 동의했다면, 이에 대한 ‘선생의 생각(개념)’ 역시 ‘과거’에 불과하다. 한국전쟁을 겪고, 냉전과 분단의 틈바구니에서 겨우 겨우 살아남았던 ‘앙상한 이념의 스펙트럼’을 껴안을 수밖에 없었던 과거 말이다.

 

“현 정권은 출범 후 ‘촛불시위’ 등으로 인해 자기정신을 정리해 나갈 기회가 없었다. 1년 동안 정신이 없었던 것 같고 여러 가지가 꼬였던 것 같다.”

 

이 발언들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최악이다. 정리해나갈 ‘기회’와 ‘정신’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무능력’과 ‘부도덕’을 겸비한 인물들과 손을 맞잡았던 MB의 ‘무능력’과 ‘부도덕’이 상황을 만들고 판을 짜 나갔던 것이 이유가 아니었는가! ‘보수’니 ‘우익’이니 하는 말을 들이밀 필요도 없이 말이다.

 

“용산 참사는 현 정부의 실책이라고 본다. 해외에 나가서 살면서 나는 광주사태가 우리만 있는 줄 알았다. 70년대 영국 대처정부 당시 시위 군중에 발포해서 30-40명의 광부가 죽었고 프랑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사회가 가는 것이고, 큰 틀에서 어떻게 가야할지를 생각해야 한다.”


용산 참사가 현 정부의 실책이라고 한다면, 용산참사를 부른 MB와 대처정부, 프랑스의 우익정권의 공통점 역시 알았을 법 한데, 왜 이러시는지. 대처정부가 시위 군중을 향해서 발포한 것이 영국의 민주주의 역사에 명백한 오점을 남긴 끔찍한 사건이었고, 프랑스 역시 우파 정권이 저지른 일 아니었던가!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사회가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그들의 죽음과 고통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며, 설령 ‘큰 틀을 본다’는 ‘대범함(?)’으로 무장했더라도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사회가 가는 것”은 인류가 성찰해야 할 대부분을 무화시켜 버리는 심각한 오류를 저지르는 것임에 분명하다.


“물밑에서 현 정부에 대한 충고와 조언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을 처음 만나기 전에 사회단체 후배들과 의논을 했다. 그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이 대통령을 잘 알고 앞으로 대화를 하겠다’고 했더니 ‘누군가는 대화 창구를 가져야 한다’며 동의했고, 이번에 여기에 오고 대화하는 것도 다 알고 있다.”

 

관대하게 보았을 때, 이 발언에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다. MB가 아무리 지랄 같아도 남은 임기가 있기에 현재까지와 같은 실정을 거듭하는 것 보다는 그나마 줄이는 것이 낫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MB의 실정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이들은 결국 이 나라의 90%일 것이므로. 여기서 문제는 소위 ‘악역(?)’을 자처한 황선생에 대한 비난이나 동감이 아니다. 이번 보도로 드러난 황선생의 인식의 틀과 수준이 문제다.


“한국의 진보정당이라는 민노당도 비정규직 문제나 외국인 근로자 문제까지는 못 나가고 그저 노동조합 정도에서 멈춰 있다. 좌파는 리버럴해야 하는데,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독재타도나 민주화운동이 억압당했던 관행이 남아 있는 것 같다.”

 

강준만 교수나 주대환 선생 등은 한국의 진보 세력들에게 쓴 소리를 참 많이 한다. 때로는 욕을 먹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그들을 아낀다. 왜냐하면 무엇보다 진심으로 얘기하고 있고, 정확한 근거를 갖고서 얘기하며, 그리될 수밖에 없었던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얘기할 줄 알며, 미래를 얘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노당이 ‘비정규직 문제나 외국인 근로자 문제까지는 못 나가고’ 있다 하더라도 그 문제들을 해결 할 수 있는 것은 우파정권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우파정권은 ‘차이’를 ‘차별’로 만들어내는 집단인 까닭이다. 우파 정권임에도 불구하고 좌파적 정책을 펼쳤던 역사적 전례는 ‘비스마르크’나 ‘드골’ 정도에 불과할 것이고, 그것도 특수한 역사적 상황이나 정치상황, 순전히 개인적인 판단 등에 의지한 결과였다.

 

좌파가 ‘리버럴해야’한다니? 좌파는 ‘리버럴해야’ 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극복하고 뛰어넘은 지점에 존재해야 한다. 선생이여! 황석영 선생이시여!


“영∙호남 토착인 한나라당, 민주당으로는 진보, 보수를 따지기 어렵다. 진보, 보수를 할 단계까지 못 갔으나 한나라당이 서울의 지지를 얻어서 전국정당의 기틀을 잡은 것은 진전”

 

“영∙호남 토착인 한나라당, 민주당으로는 진보, 보수를 따지기 어렵다.”는데 동의한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서울이 지지를 얻어서 전국정당의 기틀을 잡은 것이 진전”이라니? 지역정당이라는 간판을 떼는 것만이 중요한가? 정말로 그런가? 전통적인 텃밭을 갖고 있는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은 지역정당인가? 모르겠다. 황선생의 기준을 알지 못하겠다. 누군가로부터 속 시원한 설명을 들어보았으면 좋겠다.


“미국이나 유럽 좌파가 많이 달라졌다. 옛날에는 위에서 파이를 키워서 부스러기를 나눠줘서 하부구조를 이렇게 하겠다고 한 게 보수라면, 진보는 분배와 평등이고 더 내놔라는 것인데 전 세계가 비정규직, 청년 실업문제에 직면해 있다. 생산관계가 바뀌어도 고전적 이론틀로는 안 된다.”

 

미국이나 유럽 좌파가 많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어떠했는데, 지금은 어떠하다는 것인지? 미국의 좌파와 유럽의 좌파는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는 한 것인지. ‘고전적 이론틀’이라는 말이 자유주의나 신자유주의를 얘기하는 것인지, 케인즈주의를 말함인지, 마르크스주의를 얘기함인지, 그 모두를 일컬음인지 알 수 없다.

 

‘생산관계가 바뀌어도 고전적 이론틀로는 안 된다’는 문장은 틀린 문장이다. 기자가 잘못 썼는지, 아니면 황선생께서 잘못 말했는지 알 수 없지만, ‘고전적 이론틀로는 바뀐 생산관계를 설명하기 힘들다’는 정도이면 무난하지 싶고, 여기에 동의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바와 황선생이 생각하는 바가 상당히 다를 것이라는 의심은 떨쳐내기 어렵다.

 

또, 소위 ‘적하이론(Trickle Down)’이 보수주의자들의 생각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 하는 모양인데, 전 세계 경제를 이 모양으로 만든 것 가운데 하나가 ‘적하이론(Trickle Down)’ 때문임을 알고 계시기는 한 것인지. 자유주의적 이상주의자인 하이예크 정도가 이야기 한다면 이해는 할 수 있겠으나...

 

‘진보는 분배와 평등이고 더 내놔라는 것’이라니? 부분적으로 맞는 말이긴 하나, 경제에 있어서 성장과 분배가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지 정도에 대해서는 공부 좀 하시고 말씀하시기를 권할 수밖에 없다. ‘진보는 분배와 평등이고 더 내놔라는 것’이 얼마나 엉성한 말인지를 모른다면 ‘미국이나 유럽 좌파가 많이 달라졌다’는 말이 왜 틀렸는 지도 모를 터이니 갑갑하긴 하나, 잠시 짬이 나시면 ‘알프레드 마셜'이나 ’케인즈‘ 정도를 가볍게 읽으시면 약간의 도움이나마 될 듯하다.


“미국과 단둘이서 패키지로 타결하자는 것 같은데 서바이벌 게임이라고 본다.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문제에 대해 현 정부가 대단히 전향적으로 유보한 것은 참 지혜로웠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선 정부가 직접 하는 것보다 민간단체에서 했어야 한다고 본다. 민간단체에서 북한 인권 문제 거론하면서 국내 인권 문제도 같이 거론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문제나 동북아의 급격한 변화 등으로 체제적으로 불안해서 더 경화되는 면이 있다고 본다. 내년 상반기까지 대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현 정부에서 해결하기 어렵다고 본다. 내년 상반기까지가 고비다.”

 

북한이 서바이벌 게임을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들이 ‘서바이벌 게임’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장본인이 MB와 부시라는 점을 잊으셨는지? 한반도의 평화와 공존을 원한다면 MB더러 당장이라도 대북지원을 시작하라고 권고해야 한다. 북한의 인권문제 가운데 제일 중요한 것은 ‘생존권 보장’이다. 인민들이 굶어죽지 않게 해줘야 한다. 북한이 저 상태로 붕괴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공멸하자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민간단체이건 정부이건 간에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일은 당연하다.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한 발언의 책임은 누구에게 더 있는가? 인권 알기를 우습게 아는 사람은 집단은 또 누구인가? 그 사람, 그 집단과 ‘인권’이라는 주제로 얘기하는 것이 가능한가? 지금 황선생께서는 ‘인권’의 ‘인’자도 모르는 사람의 곁에 있음을 알았으면 좋겠다.

 

“큰 틀에서 (현 정부에)동참해서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하였으니 열심히 해보시기를 바라고, 그렇게 하고 난 다음 책임도 함께 져야 함을 잊지 마시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 사회는 존경할 만한 어른이 없다고들 한다. 나는 몇 명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 한 명이 확실하게 명단에서 지워졌다. 아니면 어떤 블로거의 말마따나 이미지로만 다가왔던 황선생의 실체를 오늘에사 깨닫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문열이 나타날 때마다 황석영의 존재를 감사하게 여겼던 내가 바보였고, 그도 어쩔 수 없이 과거의 앙상함에 포획되어 있던 사람임을 알지 못했던 내 잘못이다.

 

하지만 슬프고 아프다. 이제라도 아프게 되었으니 다행일까? 내 아이들과 각시에게 한 말들 가운데 일부분이 거짓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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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공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