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8.25 <말콤엑스>를 읽다가... 2
  2. 2009.04.16 이제 다시 시작이다. 1
 

 언제나 어떤 사람이 나보다 더 성공하고 있는 것을 보면, 특히 그와 내가 같은 일에 종사하고 있을 때는 그는 내가 하지 않는 그 무슨 일인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도박을 할 때 누군가가 항상 따고 있다면 그는 도박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속임수를
쓰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흑인이 백인이 항상 이기는 걸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백인은 직업적인 도박사이다.

백인은 모든 좋은 카드를 제 편에 쌓아놓고는 흑인들에게는 밑창의 카드만 뽑아주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나를 ‘미국에서 가장 노한 흑인’이라고 불렀다. 그러한 비난을 부인하고
싶지 않다.

나는 내가 느낀 그대로를 말했다.

“나는 분노를 믿는다. 성서에도 분노할 시기가 있다고 씌어있다.”

그들은 ‘나를 폭력의 선동자, 교사’라고 불렀다. 나는 분명히 말하곤 했다. “그것은 거짓이다. 나는 방종한 폭력을 지지하지 않는다. 나는 정의의 편이다. 만일 백인이 흑인들의 공격을 받았다면 - 만일 법의 힘이 흑인으로부터 그 백인을 보호할 수 없고, 보호하기에 불충분하고 게다가 보호할 의사가 없다면- 그때에는 그 백인들은 필요하다면 무기를 써서라도 그러한 흑인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방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법이 백인의 공격으로부터 흑인들을 보호하지 못할 땐, 그때에도 그 흑인들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무기를 들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비인간적인 대접을 받고 있는 어느 누구나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어떤 조처도 취하지 않고 그 비인간적인 대접을 계속해서 받아들이는 것은 하나의 범죄라고 믿고 있다. 만일 ‘기독교’철학이 그렇게 해석되고, 만일 간디의 철학이 그것을 가르치고 있는 바라면, 나는 그것들을 범죄의 철학이라고 부르겠다.


                                  『말콤엑스』,1994년, 창비

Posted by 공고지

이제 다시 시작이다.

공감 2009. 4. 16. 08:14
이제, 다시 시작이다(신하영옥 한국여성의전화 정책팀장)  

신하영옥/ 한국여성의전화 정책팀장

최연희 성추행 의원 한나라당 복당
부산지법의 부부강간 첫 승인
강호순 성폭력 및 연쇄 살인 사건
제주도 성폭력 후 살해사건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
성전환자 강간죄 첫 인정
국가인권위원회 축소 방침청와대 행정관 불법 성매매 사건
연예인 성상납 사건가정폭력에서의 쌍방폭력 용어의 등장과 쌍방폭력 증가라는 통계

 2009년 새해가 시작되고 그동안 발생한 일련의 여성관련 이슈들이다. 정확히는
여성폭력과 관련한 사안들이다.

신문과 뉴스를 의도적으로 기피하는 동안에도 어쩔 수 없이 들려오고, 들어야만했 사건
사고와 이슈들은 광우병 대책위 활동을 불법집회와 시위로 규정하고 프로젝트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불법집회 및 시위에 대한 불참’ 확인서를 제출하라는 또 다른 사고와 함께
정신없이 여성들을 후려치고 있다.

 일상의 정치를 말하고, 외치고, 활동해왔던 그동안의 결과들은 현실의 정치 앞에서 무력
해지고, 차이의 정치 앞에 무력해진 연대와 네트워크는 정부와 정치권의 안하무인과
여성들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 앞에서 분연한 대항의 대열과 접점을 만들지 못하는 듯
보인다. 경제위기설에 꼼짝없이 갇힌 서민들은 당장의 생존을 위한 방안마련에 급급하다.
미래의 위기를 빌미로 현재를 저당 잡을 줄 아는 기업과 특권층을 위한 정치권의 논리와
행태를 보면서, 분노하기에 앞서 대항할 수 있는 우리의 논리와 비전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작년인가 모 TV방송사에서 방영한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너무도 아름답고 가슴
뭉클하게 다가왔던 그 프로그램의 내용은 이렇다.

경상남도 한 작은 마을에서 6명의 소위 ‘독거노인’ 할머니들이 군청의 제안으로 마을회관
에 모여 살면서 겪는 에피소드들을 시리즈로 보여준다. 할머니들은 나이별로 서열이
있는데, 때로는 서열로 인한 권력분쟁(?)을 겪기도 하고 의견다툼으로 싸우고 삐진 후
말을 하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그 싸움은 오래 가지 못하는데, 중재자들이 꼭 있어서
마주할 기회를 마련하고, 그 자리에서 얼렁뚱땅 다툼이 없었던 듯 지나가 버리는 것이다.


경남 의령 만상마을, 할머니 6총사.
2007년 11월 의령군에서 전국 최초로 '독거노인 공동거주제'를 실시하면서
수십 년 째 혼자 살던 여섯 할머니가 함께 지내게 되었다.

사진 출처 - KBS

할머니들은 다들 ‘독거노인’ 지원금을 받아서 생활하신다. 그러니 생활이 여유롭지는
않다. 그럼에도 왕언니가 아파서 몸져눕게 되자, 십 원짜리 까지 탈탈 털어 커다란 닭
한 마리를 사와 죽을 끓여 왕언니 몸보신 겸, 동네 할머니들과 나눔의 자리를 마련한다.
왕언니를 보살피게 되었을 때도 할머니들은 누가 정해주지 않아도 군말 없이 역할분담을
하였다. 그리고 뜨거운 물로 찜질이며 마사지를 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마지막, 할머니
들이 곱게 차려입고 얼굴단장을 하고 있다. 그리고 집을 나서는 할머니들의 손에는
‘달걀과 사이다’가 들려있다. 할머니들이 소풍을 가시는 길이다. 마을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결코 멀지 않으나 결혼생활을 하면서는 한 번도 갈 수 없었던 ‘가깝지만 너무도
멀었던’ 공원이었다. 막걸리를 한잔씩 걸치신 할머니들의 말씀.

 “남편과 자식들한테 받아보지 못한 보살핌을 언니들과 동생들한테 받네...!”
 “가족이 있을 때는 한 번도 못했던 호강을 지금에야 하게 되네 그려... 니들이 가족보다
낫다...”

그런 말들 끝에, 할머니들은 마치 소녀처럼 풋풋하고 환한 얼굴로 사진을 찍으시는 행복한
모습으로 방송은 마감되었다. 그러나 난 한참을 눈물을 흘리며 그 감동을 되짚어 봐야했다.
산다는 것,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사람은 무엇으로 행복해 질 수 있는지? 우리가 보여
줄 비전이란 저런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

5월이 다가오고 있다. 5월은 가정평화의 달이라고 하지만, 평화의 달이 되기 위해서는
전단계가 필요하다. 폭력이 없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단체는 해마다 ‘폭력 없는 가정평화의
달’ 행사를 전국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여성폭력예방조례’ 제정을 주요목표로
하고 조례제정을 위한 활동에 들어갔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일련의 여성폭력관련
사건들에 대한 대응의 전략이자, 지역공동체부터 바꾸어나가기 위한 전략이다. 이를 통해
 여성들을 결집해 내고, 그 결집된 힘으로 다시 시작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위의 방송프로그램은 지역이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그 할머니들은 하나의
가족공동체였다. 그런 생각을 한 군도 참 따뜻한 맘을 가졌다 싶었다. 없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법은 ‘상호부조’이다. 그것은 작은 공동체에서 실현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 정신과 실천의 확산, 공유도 작은 집단에서 더 확실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생활의
현장으로 들어가고, 생활과 밀착된 대안의 삶들과 제도들을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전반적으로 후퇴하고 있는 모든 정부정책에 대한 대안이자, 생활세계를 한 층 질 높게
만드는 방법이 될 것이다.

비판하되 대안을 가질 것! (현 정권은 비판할 시간도 아깝다.)
담론을 논하되 행동을 통해 가능성을 보여줄 것!
그래서, 이제 다시 행동을 조직하고 연대하고 실천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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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공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