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딜 수 없는 것

공감 2010. 7. 30. 15:57
 

견딜 수 없는 것 

              박경리


단구동에 이사 온 후

쐐기에 쏘여

팔이 퉁퉁 부은 적이 있었고

돌 틈의 땡삐,

팔짝팔짝 나를 뛰게 한 적도 있었고

향나무속의 말발 때매

얼굴 반쪽 엉망이 된 적도 있었고


뿐이랴

아카시아 두릅 찔레도

각기 독기 뿜으며

나를 찔러댔다.


뿐이랴

베어놓은 대추나무

끌고 가다가

종아리 부딪쳐 피투성이 되던 날

오냐,

너가 나에게 앙갚음을 하는 구나

아픔을 그렇게 달래었지만


차마 견딜 수 없는 것은

나보다 못산다 하여

나보다 잘산다 하여

나보다 잘났다 하여

나보다 못났다 하여


검이 되고 화살이 되는

그 쾌락의 눈동자

견딜 수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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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공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