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마당] 동해 명칭, 새로운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현재 나타나는 일본의 쇠퇴 조짐은 여러 측면에서 분석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자신의 역사를 전혀 반성하지 않고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는 그 ‘협애한 이기주의’로 인하여 한국 및 중국 등 인근 국가들의 비협조와 반감을 초래함으로써 지속적으로 마찰과 충돌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로 지적될 수 있다.


‘일본해’ 명칭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문제 역시 한국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명칭이며, 또 일본제국주의 시기에 한국이 완전히 배제된 상태에서 확정되었다는 점에서 이기주의적 일본 행태의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해’라는 명칭은 부당하다. 두 개 이상의 다수 국가의 주권이 미치는 해역을 어느 일방의 국가 이름만을 붙여 사용하는 경우는 사실상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이탈리아와 크로아티아 사이에 있는 바다 이름은 아드리아해이고,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사이의 바다는 태즈먼해이다.


한편 일본과의 분쟁에 있어 현실적으로 중국의 지지 및 동의를 획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 한국인들 중 ‘동해’라는 명칭이 이미 중국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가 ‘동중국해’라고 부르는 바다는 원래 ‘동중국해’가 아니고 ‘동해’이다(최소한 중국에서는 동해라 부른다). 따라서 중국의 입장에서는 자국에 이미 ‘동해’가 존재하고 있는데, 또 다른 ‘동해’라는 명칭에 대하여 지지하고 동의하기 어렵다.


또 우리의 입장만을 생각하고 동쪽 바다라는 의미의 ‘동해’ 명칭을 견지해나가는 것은 제3자의 눈에 일본이 한국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일본해’를 고집하는 것과 유사하게 비쳐질 수 있다. 우리도 중국의 ‘동해’를 ‘동해’로 불러주지 않고 ‘동중국해’라고 하지 않는가? 사실 방위 개념을 바다의 명칭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매우 드물다.


‘동해’ 명칭에 대한 대안으로는 ‘동아시아해’ 혹은 ‘동아해(東亞海)’ 정도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일본은 한국이 그토록 반대하는 ‘일본해’라는 명칭을 스스로 거두고 다시 한국과 논의해야 한다. 일본이 그러한 태도를 취할 때 비로소 인근 국가의 신뢰를 얻고 진정한 우호관계가 세워질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진정한 공존’ 지향적 사고방식으로의 전환이야말로 일본이 다시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는 전기가 될 것이다.

                                                           소준섭 | 국회도서관 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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