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올라가다가.

단상 2009. 3. 15. 14:48

산에 올라가다 뒤돌아 내려왔다.
너무나 질척거려 도무지 걸음을 떼기가 어려운 탓이었다.
길도 사람도 적당한 보습을 지니는 것이 가장 편하다.
너무 건조해도 먼지가 날리고 메마른 관계가 될수있고
너무 젖어들면 질척거리게 된다.
그런데 그게 어디 맘대로 되는가.

이렇게 비오고 기온이 내려가서 꽁꽁 얼기도 하고
또 제자리를 찾은 3월의 훈풍은 언땅을 단숨에 녹여 버리기도 하니,
조절되지 않는 온도의 차이를 어찌할꼬.
적당한 간격, 공간, 거리두기는 자연도 그렇듯 쉬운게 아니다.
특히 가까울수록 더욱 그렇다.

가장 거리두기 어려운 관계는 부모자식간일게다.
팔십된노인에게도 육십된 자식은 여전히 안쓰럽듯.
부모는 늘 자식이 눈에 밟힌다.

아무래도 질척이는 길은 피로를 만든다.
그러나 건조함보다는 습도를 지닌쪽이 훨씬 인간적일듯.
그래도 나는 질척이는 길을 피해
고슬고슬한 안양천변을 걸었다.
개천가에 돋아난 개망초사이로 파릇파릇 쑥이 돋아나고 있다.
바람이 좀 세지만 그러나 이미 훈풍이다.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 기타 꾹 눌러보세요.. 눈물 뚝뚝 나와요!"  (1) 2009.03.18
한 잔 하고 돌아온 밤..  (0) 2009.03.15
우분투!  (0) 2009.03.14
대개 진실은 명분안에 감춰져 있는 법.  (0) 2009.03.10
  (0) 2009.03.09
Posted by 공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