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산에서

단상 2009. 6. 8. 10:38
 아침에 산에서 

여름에는 이른 아침산행이 좋다.

덥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오후, 특히 저녁 무렵에 달려드는 하루살이 등 벌레가 아침에는 별로 없다.

아이학교 보내고 바로 나섰는데도 사람들이 많았다.

생각에 잠겨 앞만 보고 걸어 올라가는데 천천히 걷던 앞의 부부가 길을 비켜주기에 무심히 지나쳐 올라가는데 뒤로 선 여자 분의 말이 뒤 꼭지에 걸린다.

“뒤에 가는 사람한테 왜 비켜주라 그래?”

남편, “우리는 천천히 가니까”

“천천히 가든  안가든 왜 뒤에 가는 사람한테 비켜주라 하느냐고!”

뭔가 엄청 심통이 난 것 같다.

좁은 길에서 천천히 가려면 앞서던 사람이 비켜주는 건 상식인데 그럼 어쩌란 거지?

내가 아무 생각 없이 길이 열리기에 그냥 지나가서 그런가? 감사하다고 인사를 안 해서?


아침 신문에서 봤던가?

어느 프로그램에서 두 사람을 줄그어진 공간 안에 마주서게 하고 서로 밀어내라 했더니

죽으라고 힘을 다해 밀어내더라는 것이다.

밀려나거나 밀어내거나 무슨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닌데 기어코 밀리지 않으려 하는 것.

내 인생에 덕 될 것도 손해 볼 것도 없는 일에 우리는 때로 진을 빼는 것이다.


정상의 팔각 정자에 누워 맑은 공기를 흠씬 들이 키고 있는데 옆에 앉은 두 여성의 이야기가 귀 열려있으니 들어온다.

“지금 서른하나지, 장가를 보내야 하는데 짝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안 데리고 오네 볼 데도 없이 생긴 것들도 잘 사귀더만.”

“우리 아들 말이 여자다운 여자가 없데요”

“연애를 적게나 했나, 반드름하게 생겨서 여자들을 달고 다녔는데 결혼 할 여자는 없다는 거야 담배피고 술 마시고 애들이 그런다는 거야. 술은 그래도 낳아 담배 피는 것들이 90%라니까, 우리 애 말이 지 부모만 모른다 안 해요”

“교회에 애가 하나 있긴 한데 별로 예쁘지는 않은데 귀니가 있어”(귀티라는 뜻인 듯)

“안 예뻐도 귀니 있으면 돼”


저런 시어머니 만나면 고생이겠다.

주일에는 교회가야 하고, 여자다워(?)야 하고, 아들의 사고방식도 비슷해 보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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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공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