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계절의 여왕

단상 2009. 5. 1. 11:38
늘 다니는 뒷산 한 지점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라일락 나무 그늘에는 늘 한 무리의 여성들이 음식을 펼쳐놓고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라일락 향기와 그늘, 오른쪽엔 폐광을 활용해 조성한 인공폭포, 맞은 편엔 영산홍 꽃무지..좋은 공간이다.
저 자리를 언젠가는 선점하여 고스란히 꽃들의 향연을 만끽하리라 벼르던 차에 오늘은 아침 일찍 산에 오르니 그 자리가 비어있다.
아, 이 향긋한 오월의 첫날,
어쩐지 계절의 여왕이 나를 축복으로 이끌어 갈 듯..
새 소리에 넋 놓고 앉아 간 밤 본 드라마를 떠올린다.
어제 밤, 우리를 착잡하고 서글프게 하는 전직 대통령이 귀가하셨을지 궁금하여 티브이 채널을 돌리다 어떤 사람이 참 좋아한다던 배두나와,  슬픈 눈빛이 사람을 끄는 김민준이 나오기에 채널을 고정했다. 그러고 보니 배두나는 볼수록 천진한 매력이 있다. 내 친한 친구를 약간 닮은 것도 같고..
제목도 모른채 12시가 넘도록 본 드라마는 내용보다 대사 한 마디가 남았다.
'누군가의 슬픔이 정말 슬프게 느껴진다면 그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슬픔에 내가 가슴이 메어지도록 슬퍼해 본 적??

대개 그 사람의 슬픔때문이 아니라 내 슬픔이 슬펐고 내 슬픔을 상대가 슬퍼해 주기를 기대했던 것 같다. 내가 죽으면 저 사람이 애통해하겠지. 그래서 죽어주고(?) 싶어지기도 하는 뭐 그런심사..
물론 가족이나 이웃이나 모르는 남이라도 사람들의 슬픔에는 공감하고 같이 슬퍼해주기도 하는 것이 사람이지만 여기서 말하는 의미의 깊이는 아닌 것 같다.

그 중에도 누군가의 슬픔에 가장 마음 아픈 경험의 1순위는 딸이다.
그 아이가 몸아파 잠 못자면 내가 아파, 잠못들게 되고, 그애가 슬픈 일이 생기면
 그 마음에 마음이 저리다.
중학교 3학년때 먼 곳으로 이사하면서 친구들과의 이별에 느껴울던 모습, 전학하여
낯선 환경에 적응하려고 애쓰던 모습, 그것들이 얼마나 애틋하고 안스럽던지 지금도
마음이 아릿하다.
내가 만약 지금 죽는다고 생각하면 이 아이가 얼마나 슬퍼할지 상상만 해도 마음이 저리다.
이게 사랑이지,
상대편이 날 위해 슬퍼해주기를 바란다면 그건 이기심인게다.
새삼스런 깨달음...

역시 오늘 일진이 좋다.
이 글 쓰고 있는데 나의 영원한 팬이요, 아우인 제부가 전화왔다.
좋은 한우 파는 정육점에 들리려고 하는데 고기랑 곰국 좀 사다 주겠다고..
고3딸을 위한 마음씀이다.

오월이고 노동절이고 우리학교는 개교 기념일이고 ..모두에게 좋은 날이었으면 좋겠다.
다른것들은 지금 이 순간 일단 접어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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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공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