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학도로 4년을 드나들었던 대학에서의 마지막 수업 날,
한 시간쯤 일찍 들어 온 강의실은 고요하고,
때마침 창밖엔 펄펄 눈이 날린다.
새천년관 7706호 세미나실은 특별히 아늑한 공간이고
창밖으로 교정이 한눈에 보여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다.
일찍 와서 책읽기에 참 좋았던 공간, 오늘로 마지막이다.
모든 게 그렇듯 ‘마지막’이라는 것은
공연히 애잔하게 아쉬움 같은 걸 만드나 보다.
목련이 터지던 2007년 봄부터 4년간
이 교정을 통해 참으로 많은 것을 얻었고 행복했다.
그동안 강의하셨던 교수님들도 따뜻하셨고,
“누나” “언니” “이모” “선생님” 다양한 호칭으로
학우 취급해주던 학생들도 정다웠다.
내 인생에 가장 풍요로웠던 휴식이고
윤기 있는 충전이기도 했던,
4년이 이렇게 빨리 갔구나.
마치 나의 지난 대학생활을 ‘잘했다’고 격려해주듯
마지막 수업시간에 이렇게 펄펄 눈이 내려 한껏 더 감상에 젖게 한다.
운동장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눈을 맞으며 반바지를 입고 축구를 하고 있고
맞은편 유한대학 앞 빨간 지붕들에도 하얗게 함박눈이 내려앉고 있다.
많이 그리울 것 같다.
오십을 앞두고 시작한 대학생활,
느티나무, 라일락, 목련, 자그마한 학교 뒤 언덕,
가끔 술 마시던 ‘酒사랑’도 그리울 게다.
고맙다, 감사하다, 성공회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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