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얼굴화장이 일상생활에서 여성의 정체성을 가져오는 가장 현실적 방법 중 하나였다면, 20세기 중반에 오면 몸이 보다 중요한 '여성의 성 정체성의 수단'이 되었다.(Peiss,1996:312).
1960년대 이른바 여성권력flower power의 시기에 유행어는 사랑이었다.그리고 사랑을 섹스로 표현하는 것이 대중문화가 되었을 때 성, 장난기, 희롱 등이 유행했으며, 여성의 외모는 성애화하게 되었다.(Wolf, 1992).이 시기는 미국이 전에없던 번영을 누린 시기로,각종 대중매체가 범람하고 미와 관련된 문화산업이 발달하면서 여성의 날씬한 몸매가 점차 하나의 미적 이상을 토대로 하는 소비문화가 급격하게 형성되던 시기였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 사회가 주류화하고 있는 남성성, 여성성, 아름다움, 성공에 대한  문화적 재현이 대량 생산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이미지는 동질화되고, 이렇게 동질화된 이미지들은  곧바로 '정상화'의 이름을 얻는다. 곧 이들 이미지를 모델로 해서 각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측정하고, 판단하고, 거기에 따라 '훈련' 시키고 '교정'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 동질화된 모델은 곧 미국의 정형화 된 앵글로 색슨 미인의 확산을 가져온다.(Bordo,1995). 성형수술에서 아프리카 미인 또는 유태인 미인을 만드는 일은 결코 없다.

깡마른 패션모델 튀기Twiggy가 보그잡지에 등장한 것은 1965년이며, 이는 먹는 피임약의 대중화가 시작되는 시기와 일치한다. 튀기는 한편으로 앞 세대 여성의 짐이었던 임신, 출산으로부터 해방을 시사하면서(뚱뚱함은 곧 다산의 상징), 다른 한편으로는 남성들에게 여성의 연약함, 비 관능성asexuality 그리고 배고픔을 확인해주는 양면성을 보인다.(Wolf, 1992:184)
이로부터 20년도 지나기전에 미스 아메리카와 [플레이보이]지의 표지모델들의 평균 몸무게는 미국여성 평균몸무게에 비해 11%나 낮아졌고, 1970년 후대에 오면 17%나 낮아졌다. 여성 외모의 성애화, 그리고 여성의 체중줄이기가 가지고 있는 정치정.경제적 함의는 주목할 만하다.
여성들은 이른바 표준형 미인으로 제시된 '철처럼 단단하고 마르게 보이는 처녀' iron maiden의 이미지에 맞추기위해 체중을 23%~25%까지 줄여야 했다. 여성지들은 여성 몸무게를 줄이는 산업들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아 제작되고, 그 액수는 무려 연 330억달러나 되었다. 그러나 사실 '철처럼 단단하고 마르게 모이는 처녀' 처럼 그렇게 마른 이상형은 미학적으로 아름답다기보다는 정치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깡마른 여성이라는 '이상형'은  여성을 위한 이상형이 아니라 '돈'에 대한 이상형이다(Wolf, 1992:196). 이러한 추세는 여성건강의 범주를 바꾸어놓았고, 여성몸의 아름다움에 대한 몰두가 곧 건강에 대한 몰두인것처럼 허구화시켰다.
1960년대 이전에는 성적이지 않은 nonsexual 여자가 '좋은' 여자였고 성적인 여자는 '나쁜'여자였다면, 예쁜 포르노의 등장과 '절반의 성혁명' 이후에 '좋은' 여자는 '예쁘고 날씬하며 따라서 섹슈얼한 여자이고 '나쁜'여자는 '못생기고 뚱뚱하고 따라서 섹슈얼하지 않은' 여자 이다.(Wolf, 1992:163)

*[성 해방과 성 정치] p108~111조은. 조주현. 김은실  -2002년서울대학교 출판부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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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공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