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고지를 떠올리며

단상 2008. 12. 23. 16:43

거제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꼽으라면 참 많지만
공고지가 우선으로 떠오른다.
예구라는 이름의 작은 어촌 뒷산의 오솔길을 따라 언덕으로 올라가면
거칠것 없이 고스란히 내려쪼이는 햇살아래
옹기종기 모여있는 작은 묘지들.
그 언덕에 서면 항상 양희은 의 노래 한귀절이 떠오른다.


태양은 묘지위에 붉게 타오르고
한낮은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언덕아래 펼쳐지는 하늘빛같은 바다.
바다로 내려가는 길은 445개의 돌계단으로 이루어져있다.
마치 강건너편을 이어주는 징검다리처럼 토닥토닥 놓여진 돌계단은
붉은 동백꽃으로 터널을 이루고 있다.
계단 끝에 이르면 공고지를 가꾸고 지키며 평생을 살아온 노부부의 작은 집 한채가 고즈넉히 자라하고 있고 그들 부부와 함께 살아 온 개가
길손을 반긴다.
공고지는 늘 바람이 불고 바다는 맑고 깊고 푸르다.

나를 참 많이 위안하고 보듬어주었던 공고지를 떠올리며
이 장을 꾸며가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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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공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