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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30 견딜 수 없는 것
  2. 2010.07.08 이제 됐어?
  3. 2010.07.08 "게임' 의 진화
  4. 2010.07.08 동물세상 월드컵 얘기
  5. 2010.06.30 말조심 글조심...어렵네 -한겨레 펌 3

견딜 수 없는 것

공감 2010. 7. 30. 15:57
 

견딜 수 없는 것 

              박경리


단구동에 이사 온 후

쐐기에 쏘여

팔이 퉁퉁 부은 적이 있었고

돌 틈의 땡삐,

팔짝팔짝 나를 뛰게 한 적도 있었고

향나무속의 말발 때매

얼굴 반쪽 엉망이 된 적도 있었고


뿐이랴

아카시아 두릅 찔레도

각기 독기 뿜으며

나를 찔러댔다.


뿐이랴

베어놓은 대추나무

끌고 가다가

종아리 부딪쳐 피투성이 되던 날

오냐,

너가 나에게 앙갚음을 하는 구나

아픔을 그렇게 달래었지만


차마 견딜 수 없는 것은

나보다 못산다 하여

나보다 잘산다 하여

나보다 잘났다 하여

나보다 못났다 하여


검이 되고 화살이 되는

그 쾌락의 눈동자

견딜 수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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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됐어?

공감 2010. 7. 8. 15:22
 

 교육문제를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문정현 신부님이 그랬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이 좀 이상한 것 같아요. 중고생 아이들과 대화를 하기가 갈수록 어렵더라고요. 걔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못 알아듣겠고 걔들도 내 말을 못 알아듣는 것 같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요즘 아이들 어릴 때부터 생활하는 걸 보면 정상적인 대화가 가능하다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농부들은 농사는 정직한 거라고 말한다. 땀 흘려 수고한 만큼 결실을 얻는다는 뜻이다. 시기에 맞추어 꼭 해야 할 일들 가운데 하나라도 빠뜨리면 어김없이 농사를 망치게 된다. 교육이란 게 농사와 같다. 아이가 다섯살 무렵에, 열살 무렵에, 열다섯 무렵에 꼭 해야 할 것들이 있는데 그걸 하나라도 못하고 넘어가면 그 상흔은 일생에 걸쳐 남는다.


이를테면 초등학생 연령대 아이들이 꼭 해야 할 일은 ‘노는 것’이다. 제대로 놀지 못하고 자란 아이는 정신적 영적으로 병든 사람이 된다. 대개의 아이들이 어머니가 저녁 차려놓고 ‘잡으러 다닐 때까지’ 놀던 시절에 자란 내 또래 가운데에도 어떤 사정 때문에 제대로 놀지 못한 사람은 겉보기엔 멀쩡해도 인성이나 대인관계에 반드시 문제가 있다. 특히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면서 스스로는 모르는 사람을 보면 십중팔구 어릴 때 제대로 못 논 사람이다.


그런데 2010년 한국의 초등학생 가운데 제대로 노는 아이가 있는가? 어지간한 집은 저녁까지, 교육 좀 시킨다는 집은 밤늦게까지 학원을 돈다. 세계화가 어떻고 국제경쟁력이 어떻고 하지만 거의 모든 초등학생들이 이따위로 생활하는 나라는 지구상에서 한국뿐이다. 도무지 사회에 미래가 안 보인다 탄식들 하지만 한국엔 분명한 미래가 하나 있다. 이대로라면 10년 뒤 한국은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병든 청년들로 가득 찬다는 것이다.


지난번 얼핏 적었듯 내가 ‘대학을 꼭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내 딸과 아들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한 이유도 그래서다. 두 아이는 공부를 곧잘 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일류대학에 갈 수 있는가 없는가와는 별개로 그에 이르는 20여년이 그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준다는 사실을 고려했다. 요컨대 나는 그들이 유리한 학벌과 경제적 안락을 가진 로봇으로 자랄 가능성보다는, 소박하게 살더라도 정상적인 인성과 감성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해가 다르게 부자의 아이들이 외고와 일류대를 채워가고 있다. 하긴 영어학습지 하는 아이와 방학이면 두어달씩 미국에서 살다 오는 아이가 경쟁을 하고 있다 말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그러나 그렇게 앞서가는 아이들도 역시 사람인지라 대가를 치른다. 근래 서울의 부자동네엔 잘 꾸며진 아동심리상담센터와 소아정신과가 부쩍 눈에 띈다. 아이들의 정신 건강과 성적이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생각이 그곳 엄마들에게 일반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아이가 심리상담을 하고 정신치료를 받는 일은 학원을 다니고 과외를 받는 일과 같다.


얼마 전 한 외고생이 제 엄마에게 유서를 남기고 베란다에서 투신했다. 유서는 단 네 글자였다. “이제 됐어?” 엄마가 요구하던 성적에 도달한 직후였다. 그 아이는 투신하는 순간까지 다른 부모들이 부러워하는 아이였고 투신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그런 아이였을 것이다. 스스로 세상을 떠나는 아이들이 매우 빠르게 늘고 있다. 아이들은 끝없이 죽어 가는데 부모들은 단지 아이를 좀더 잘살게 하려 애를 쓸 뿐이라 한다. 대체 아이들이 얼마나 더 죽어야 우리는 정신을 차릴까?

 

                        김규항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  (한겨레, 야! 한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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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의 진화

공감 2010. 7. 8. 15:20
 

미국의 유명 여배우 샌드라 불럭에게 올해 오스카와 골든글러브 여우주연상이라는 최고의 영예를 안겨준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의 첫 장면은 미식축구 사상 가장 충격적인 실화 장면으로 시작한다. 1985년 11월18일, 당시 최고의 쿼터백이었던 조 사이즈먼은 공을 패스하려는 순간 그의 왼쪽 뒤에서 태클한 로런스 테일러에 의해 몸이 꺾이는 심한 부상을 입고 그날로 선수생활을 은퇴해야만 했다.

지금 여러분이 일어나 오른손으로 공을 던진다고 생각해보라. 앞쪽과 오른편은 시야가 확보되지만, 뒤쪽과 왼편은 시야가 미치지 않는 ‘사각’(死角)이 생기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블라인드 사이드’이다. 이 사건 이후로 미식축구의 패러다임은 변하게 된다. 주로 오른손잡이인 쿼터백의 왼쪽 후방을 보호하는 레프트 태클의 연봉이 쿼터백 다음으로 높아진 것이다.


우리를 놀라게 하는 각종 사고를 바라다보면 공통적으로 ‘사각’을 미리 쳐다보는 노력을 게을리하거나 무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뉴욕 타임스>는 현재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를 일으킨 비피가 사전경고를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조사가 진행중인 인천대교 버스 참사는 가드레일 등의 안전장치 설치 과정에서 도로 교통 사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각’을 무시한 결과는 이뿐이 아니다. 바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처음 그 의혹을 제기했던 사람으로, 정말 통곡하고 싶은 심정이다”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사각’을 측근인 자신이 미리 경고했음에도 이런 사태로 발전하기까지 예방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한 것이다.


이런 사각에 대한 무시나 무지는 왜 벌어질까? 첫째, 위기관리에서 ‘긍정적 사고’는 ‘독약’이다. 위기예방에서는 “괜찮을 거야”라는 사고보다는 “만약에 최악의 사고가 벌어진다면?”이라는 생각을 정기적으로 하고 사전조처에 대한 확인이 중요하다.


필자가 이 칼럼을 쓰는 날에도 한 외국 기업의 임원들과 하루종일 미래에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예방책을 생각해보는 워크숍을 진행하게 되는데, 이는 위기예방에서 매우 중요한 조처이다. 한 보험사 직원이었던 하인리히가 각종 사고의 통계를 분석한 결과로 만들어진 하인리히 법칙에 따르면 한 번의 대형사고는 그 이전에 29번의 경미한 사고가 있었고, 300번의 징후가 발생한다.


둘째, 정치적 이유 때문이다. 정부나 기업에서 대통령이나 최고경영자에게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상황에 대해서 솔직한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거의 힘들다고 봐야 한다. 이는 9·11 사태와 엔론 사태를 분석한 하버드대의 베이저먼과 컨설턴트인 왓킨스도 지적한 바 있다.


많은 리더들이 그러한 의견을 ‘재수없는 일’ 정도로 무시하거나, 그런 조언을 하는 부하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하들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지키기 위해 그런 이야기는 피하게 되어 있다.


원작소설 <블라인드 사이드>의 부제는 ‘게임의 진화’이다. 왜 그럴까? 미식축구와 마찬가지로 삶이나 정치, 경영이라는 ‘게임’을 진화시키려면 ‘사각’을 보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발전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게임의 진화를 위해 사각을 발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리더가 나서서 정기적으로 ‘최악의 상황으로 갈 수 있는 이슈가 무엇인가?’를 물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 중요한 진실이 있다. 쿼터백이 자신의 ‘블라인드 사이드’를 혼자서 볼 수 없듯이 리더 역시 자신의 사각을 절대 혼자서 볼 수가 없다.


더 중요한 진실? 흔히 그 리더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사각을 볼지는 몰라도, 솔직하게 위에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바깥 이야기, 반대편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                                      
                                             김호 -  더랩에이치 대표  (한겨레신문 2010/7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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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공고지
 옛날~ 옛날에 동물 세상 월드컵이 있었대. 온 세상이 흥분을 이기지 못해 짖는 소리로 가득 차기 시작했지. 물론 개나라도.

국정지표가 ‘일하지 않는 개, 먹지도 마라’, ‘잘 키운 견재(犬材) 하나, 10만마리 먹여 살린다’ 등일 정도로 경쟁과 성과, 엘리트를 중시하시는 이 나라 각하께선 월드컵을 ‘국격’을 끌어올릴 절호의 기회로 만들기로 결심하셨어. 국격만큼 높아진 나라 이미지에 힘입은 개나발 수출 등으로 돈이 마구 굴러들어오는 청사진을 그리신 거지.


회장님께서 “내가 함 해볼게 회장직을 돌려줘” 했지. 자기 (주식)회사를 아들에게 물려주고 자기 (회삿)돈을 이곳저곳에 분산해놨다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간난고초 끝에 (말만) 유죄판결을 받으셨거든. ‘황제’격인 그분의 요구를 각하께선 황공하게 받들었고, 모든 준비가 착착 진행됐지. 주요 관계견들이 뻔질나게 비행기를 탔고, 외환보유고가 상당히 낮아졌다지, 아마?


각하께선 선수들 출정연에서 교시하셨어. “누차 말했듯, 역사는 선각자들이 만드는 거야. 견족의 중흥이냐, 정체냐의 갈림길에서 여러분이 역사의 주역이라는 사명감을 가져야 돼. 과정보다는 결과지. 혹시라도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리라 믿어.” 치열한 경쟁을 거친 똑똑한 선수들은 무슨 말인지 금방 알아들었지.


그 대회에선 유독 오심 시비가 많았어. 견국이 16강행을 결정짓는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만난 팀은 독수리국이었어. 빠르기가 질풍 같은 신예 강호였지. 첫 골은, 아니, 공식적으론 골이 아닌 골은 독수리가 터뜨렸지. 27m 강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골라인 안으로 떨어졌어. 그러나 타조 심판은 자기 머리를 그라운드에 파묻더니 그것으로 그만이었어.


그는 사슴들의 거센 항의를 “못 봤어!”란 한마디로 일축했지. 두번째 골의 함성은 뒤늦게 들린 오프사이드 깃발과 휘슬에 웅성웅성 소리로 바뀌었어. 후반 막판 개나라 선수가 크로스로 올라온 볼을 앞발로 세워 뒷발로 차넣었고, 그게 결승골이었어. “핸들링”이라는 독수리들의 절규를 경기 종료 휘슬이 잘랐지.


“멍! 멍!” 환성과, 심판과 국제축구연맹(피파)을 욕하는 온갖 짖는 소리가 하늘을 찔렀어. 텔레비전에선 노골로 판정된 두 장면이 끝없이 반복됐고. 근데 역시 피파 대변인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어.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 텔레비전 중계는 시청자들의 즐거움을 위한 것이지, 논란이 된 장면을 보여줘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다. 앞으론 이런 일이 없도록 더 주의할 것이다.”


온 세상이 부글부글 끓어도 피파 시계는 돌아갔지. 8강전. 상대는 우승을 먹이 먹듯 하는 사자국이었어. 근데 파울은 주로 개들이 했는데 퇴장당하는 건 사자였어. 세 마리나. 그래도 0-0. 연장전을 앞두고 감독은 말했대. “우리가 이기고 돌아갔을 때와, 지고 돌아갔을 때를 생각해라. 사자는 우리 견족의 공적이다.”


연장 후반, 코너킥 때 개들은 사자들의 앞발을 등 뒤로 돌려 수갑을 채운 뒤 들어올리는 전설적인 ‘날개꺾기’ 비공을 선보였어. 당연히 골인.


근데, 경기장 곳곳에 배치된 32대의 카메라 가운데 31대의 카메라는 그 순간 일제히 각도를 올렸지만, 한 대가 그 장면을 잡아버리고 만 거야. 지시사항을 들은 뒤 초긴장 상태로 사흘째 잠도 못 잔 그 카메라맨이 그만 깜빡 졸고 만 거지.


천지가 개벽해도 결과는 개나라의 승리였지만, 온 세상의 비난에 피파가 수입에 상당한 타격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르자 결국 피파 회장 마우스공이 나섰지. “대변인 발표는 내 말을 마사지한 거야. 비디오 판독? 함 검토는 해볼게.”


뱀발-거듭 말하지만, 이건 옛날하고도, 너무도 ‘동물적인’ 욕구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동물 세상 얘기야. 인간 세상에서, 그것도 21세기에 이런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해? 짖지 말고 말로 해봐.

                         김인현  한겨레신문 스포츠부문 편집장inhye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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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공고지
 

[김선주칼럼] 말조심 글조심…어렵네

노빠였던 적도 없고 노사모인 적도 없지만 나는 노무현을 나 나름대로 사랑해왔다. 그가 이루고자 했던 모든 것을 좋아했고 대통령 재임 때 그의 정책이나 태도를 비판한 적은 있지만 그가 추구한 가치에 대해서는 한 점의 의심도 없이 공감해왔다.

그러나 때때로 나는 ‘놈현’이라고도 말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쪽에서 놈 자와 현 자를 합해서 악의적으로 만든 말이라 할지라도 그런 것을 따지지 않았다. 나 나름의 애칭일 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렇게 말하는 것은 불편하고 길고 어감상 매끄럽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도 ‘명바기’ 혹은 ‘이명바기’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살아계시면 100살도 훨씬 넘으셨을 내 아버지는 점잖은 양반이시지만 ‘옝사미’ ‘대주이’ ‘종피리’ 이렇게 말씀하셨다. 노무현에 대해서도 ‘노무혀이, 금마…’라며 신통방통해하셨다. 살아생전에 그가 대통령이 된 것을 보았다면 굉장히 좋아하셨을 분이다.


두 주 전 <한겨레>에서 일어난 필화사건 때문에 마음이 착잡하다. 한겨레의 직설 대담 코너가 노사모들에게 분노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DJ 유훈통치와 ‘놈현’ 관 장사를 넘어라’는 제목이었는데, 그것이 많은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했던 모양이고 절독이라는 행동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유시민은 한겨레 절독을 선언했고 분노보다는 슬픔을 느끼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심정을 인터넷에 올렸다. 한겨레는 편집국장 명의의 사과문을 실었다. 유시민은 오랜 친구와의 인연을 끊지 않게 돼서 잘됐다는 마음을 인터넷에 전하면서 마무리된 것으로 되어 있다.

재론되는 것을 어느 쪽도 원하지 않겠지만 나로선 이 사건의 발단에서 마무리까지가 적절했다고 볼 수 없다. 그 기사를 읽었을 때 이런 반응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 ‘정곡을 찔렀네…제목 잘 뽑았네’ 했던 것이 첫 느낌이었다.

이런 말을 들어 마땅한 사람들이 뜨끔하게 여기겠군 싶었다. 야권이 지방선거에서 재미보았다고 김대중과 노무현을 계속 팔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두 명의 전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쟁이근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똑 부러지는 제목’이라고 보았다.

절독 선언이 얼마나 이어졌는지, 신문사가 어떤 논의를 거쳐 사과문을 실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1면에 사과문을 실은 것이 적절했는지, 유시민이나 노사모 등이 공개적으로 절독 선언을 한 것이 적절했는지는 시간을 두고 각기 내부적으로 논의를 해야 한다고 본다. 원래 구어체로 우아떨지 말고 말과 글살이를 일치시키자는 취지에서 만든 난인데 피차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기사는 몰라도 제목은 너무했다는 비난도 동의하기 어렵다.

특히 앞으로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졌을 때 과연 한겨레가 1면에 사과문을 쓸 수 있을지, 전례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었어야 한다. ‘놈현’과 ‘관 장사’가 사과해야만 하는 수준이라면 ‘…쥐는 못 잡고 독부터 깨트렸다’는 등 ‘직설’ 코너에 나오는 여러 정치 풍자 표현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그걸 사과해야 했으면 그런 표현들도 사과해야 한다는 점에서 신중했어야 한다.


원래 DJ, YS, JP, MB라는 이니셜을 싫어했다. 영어 알파벳을 따온 것도 마음에 안 들었지만 너무 가치중립적이라 그 인물의 본질을 드러내지 않아서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영어 이니셜이 아니라면 ‘박통’처럼 부르기 쉽고 적절한 이니셜을 이번에 문제를 제기한 쪽에서 마련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바보라고 할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놈현’ 혹은 ‘노무혀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으니까.

한번도 글을 쓰면서 이런 느낌이 없었는데 글을 쓰면서 벌써 쪼는 기분이 드는 것이 영 불편하다.

             김선주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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